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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난공불락의 요새같던 삼성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하며 메모리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지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다만 한동안 주춤했던 삼성전자가 최근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예고하고 있어 두 기업의 ‘메모리 왕좌’ 다툼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32조8267억원, 영업이익은 19조169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66.1%, 137.2% 늘어난 수치다. 2025년 전체로 보면 매출은 전년보다 46.8% 늘어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은 101.2% 증가한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매출 332조7700억원, 영업이익 43조5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분기 영업이익 첫 20조원 돌파’엔 못 미쳤지만 연간 영업이익만큼은 라이벌인 삼성을 앞질렀다.
업계에서 이 기록이 갖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는 반도체(DS)뿐 아니라 스마트폰(MX), 가전(CE) 부문 등이 모두 포함된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단일 부문만으로 올린 실적이기 때문이다.
호실적을 이끈 1등 공신은 단연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 매출은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7%다. 2위인 삼성전자(22%)와 두 배 이상의 격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최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5세대)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여기에 범용 D램 가격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외 제품군에서도 수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범용 D램은 PC·모바일·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제품을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 대비 15% 오른 9.3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고부가가치인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생산을 줄이자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 상승이 일어난 결과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예고된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다. 특히 하반기 나올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HBM4(6세대)’의 초기 물량 계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올해 엔비디아에 공급될 HBM4 전체 물량 중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약 3분의 2(60%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7년까지 메모리 공급을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추론 AI 보급과 피지컬 AI 등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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