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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안내 설치작가 박이소 2주기 유작전‘탈속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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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220.♡.12.206) 작성일 06-03-07 02:19 조회 11,34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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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한 설치작가의 갑작스런 죽음이 미술계를 깊은 슬픔에 빠뜨렸다. 47세의 젊은 나이, 작업실 소파에 앉은 채로 맞이한 심장마비사.

90년대 초반 민중미술 이후 지표를 잃고 표류하던 국내 미술계에 서구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이론을 소개하며 개념미술의 시대를 활짝 열었던 박이소(朴異素ㆍ1957~2004).

그의 죽음으로 인해 한국 현대미술계는 가장 소중한 작가이자 국제적 스타플레이어를 잃은 상실감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로댕갤러리가 박이소의 작고 2주기를 맞아 고인의 주요 작품과 활동상을 조명하는 유작전을 10일부터 개최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 과정에서 큰 족적을 남겼으나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않은 고인의 작품세계를 되짚어보는 첫번째 회고전이다.

조형예술대학 이영철 교수가 객원기획자로 나선 전시는 ‘요절한 천재’라는 상투적 수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밀하고도 치열했던 그의 삶을 투사하는데 집중한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이소의 본명은 박철호. 홍익대와 미국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85년부터 뉴욕 브루클린에서 박모(朴某)라는 이름으로 비영리 대안미술공간 ‘마이너 인저리’를 창립해 운영했다.

문화적 소외 지역인 브루클린에서 진보적인 전시공간을 운영하며 제3세계 출신과 미국내 비주류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한 일련의 활동들은 미국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기간 그는 이방인 작가로서 정체성의 문제를 파고든 작업들로 뉴욕주 예술재단(NYFA)과 미국 연방예술기금(NEA) 회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94년 귀국한 박이소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개념적 설치작가이자 이론가로서,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국내에 소개하는 번역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귀국하던 해 박모라는 필명으로 번역 출간한 ‘문화이론과 문화연구’는 국내 인문ㆍ사회과학도들의 필독서가 됐다.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귀국 이후 인간의 무력함과 예상할 수 없음, 삶의 우연성과 부조리 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지인들은 그가 귀국한 후 국내 미술계의 편가르기나 배타성, 편법과 비리를 일삼는 우리 사회의 관행 등에 크게 상처받아 신경쇠약에 시달렸다고 전한다.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초청돼 내놓은 작품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0선’은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귀국후 절실히 느낀 자본주의의 천박성에 대한 풍자와 냉소를 표현한 것이었다.

‘탈속의 코미디’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평면과 입체작품 46점이 걸린다. 삶의 부조리함과 이면성에 관심을 기울여온 작가의 생전 대표작과 드로잉들이다.

94년작 ‘뒤를 돌아보지 마라-무제’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단순한 형태의 배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과 뜰 수 없는 배라는 아이러니가 결합됐다.

월드와이드웹을 패러디한 ‘와이드 월드 와이드’(2003년)는 어설프게 만들어진 대형 세계지도 앞에 영안실의 촛불처럼 설치된 조명으로 이뤄진 작품.

지도위 지명들은 분명 실재하나 아무도 모르는(알 필요도 없는) 세계 곳곳의 작은 도시명들로, 현실과 가상, 소통과 단절, 정체성 등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든다.

전시에서는 또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미국에서의 마이너 인저리 활동 정황도 여러 자료와 증언을 통해 공개된다.

미술계는 “박이소를 기점으로 한국 미술이 가슴으로 ‘느끼는’ 미술에서 언어로 ‘설명하는’ 미술로의 전환을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고인과 SADI(Samsung Art&Design Institute)에서 동료교수로 일했던 작가 박성환씨는 한 인터뷰에서 “그의 재능은 시기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14일(월요일 휴무)까지 계속된다.

(02)2014-6555

[한국일보]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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