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 길에서 무릉도원을 만나다 > 미술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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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소정, 길에서 무릉도원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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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1.39) 작성일 06-02-20 17:18 조회 8,34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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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예대 재직 시절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 화백은 제자들에게 술을 늘 즐긴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미아리고개 넘어 길음시장 인근 길음정은 그가 자주 가는 단골이었다. 강의실에서조차도 소정 얼굴엔 늘 술기운이 감돌았다. 무엇이 그토록 세상을 달관한 듯 별세계에 머물게 했을까. 이 풍진 세상에 대한 허허로운 냉소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탁한 세상에 대한 외로운 외침이었을 게다. 현실을 초월해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던 소정이 택한 길은 ‘진정한 야인의 길’이었다.

그가 떠난 지 올해로 30년을 맞아 덕수궁미술관에선 오는 5월7일까지 ‘소정, 길에서 무릉도원을 만나다’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공개작 15점을 비롯해 작품 80여점이 소개된다.

대부분의 소정 그림에선 길과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등장한다. 평생을 자기 방식대로 길을 가고 삶을 즐겼던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풍경들은 그것이 명소이건 평범한 풍경이건 소정의 손끝을 통해 복숭아꽃 흐드러지게 핀 무릉도원이나 풍요롭고 이상적인 밭과 집이 있는 전가 풍경으로 거듭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향이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의 풍경을 이상향으로 그려낸 것은 체제에 순응하기보다는 야인으로 살고자 했던 소정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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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풍경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영도교’.

소정은 외조부인 조석진의 지도로 화업의 길을 걷기 시작해 1925년 이당 김은호와 일본 유학을 함께 떠나 일본의 신남화적 경향을 배운 후 귀국해 방랑과 유람으로 30대를 보냈다. 광복과 더불어 국전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중견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다, 1950년대 중반 국전의 비리를 지적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 우리 산야의 아름다움을 특유의 기법으로 그렸다. 소정의 산수화는 조선후기 겸재 정선의 실경산수를 근대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돼 청전 이상범과 더불어 근대 한국화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복 후 30대 대부분을 방랑 생활로 보낸 그가 결혼 후 정착하면서 그린 근대적 도시 풍경들은 서양 풍경화 방식을 취하고 있다. 1948년 소정이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린 ‘영도교’(33.7×137.2㎝)가 그런 예에 속한다. 동아대박물관이 소장해온 것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02)2022-0617

 

[세계 일보]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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