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 붕괴 마지막 순간 그림속에 정체성 담아 > 미술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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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부족 붕괴 마지막 순간 그림속에 정체성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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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1.39) 작성일 06-02-23 11:41 조회 7,89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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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은 넓고 부드러운 바위 표면에 새기거나 그려놓은 그림들이다. 암각화 또는 암석화로 불리는 이 그림은 오늘날 아프리카 미술의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남부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주변에 잔재하는 그 암각화들이 바로 부시먼들의 손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러니까 부시먼은 인류가 시작되었다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오래 전부터 그들의 생활반경 곳곳에 미술작품을 남겨온 최초의 예술가들이었던 셈이다.

부시먼은 현존하는 인종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로, 서아프리카 니그로 인들의 일부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남하해 오기 이전까지 사하라 사막 이남 전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었으며, 서부 흑인들의 남하와 이후 백인들의 유입으로 칼라하리 사막 주변으로 밀려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세기 들어 남아공의 백인 정권은 부시먼들의 삶의 공간이었던 칼라하리 사막에 국립공원을 조성하면서 이 지역에 거주하던 부시먼들을 다시 한번 몰아냈다. 사하라 이남의 선주민이었던 부시먼들은 이제 더 이상 쫓겨 갈 곳조차 없는 위기에 빠져버렸고, 그들의 전통문화와 부족의 정체성 또한 붕괴 직전의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이러한 위기의식은 마침내 정치적 자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해야만 했다. 1980년대 후반, 부시먼들은 더 많은 잠재능력과 자율성, 사회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아트 커뮤니티를 조직하였다. 이후 이 커뮤니티는 예술가들이 회화, 판화, 서적 및 다양한 예술작품과 문화 상품들을 만들어내는 중심지로 성장해갔으며, 이들의 작품 전시회가 유럽 전역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몇몇 작가들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생존이 위협당하는 위기의 순간에 그들은 왜 부족의 문화적 정체성의 회복을 소망했으며, 그 수단으로 왜 그림을 택했던 것일까. 그것은 부시먼들이 전통적으로 그림을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부시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각예술을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과 전략으로 활용해왔던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태동된 부시먼 아트 프로젝트는 다양하고 풍부한 그들의 문화전통을 드러내고 되살리는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구전문학을 화폭에 담아내는 한편,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이것이 바로 부시먼이 자신들의 공통의 뿌리를 발견하고 확인하는 방법이다.

부시먼들은 그림에 강력한 주술적 힘이 담겨져 있다고 믿고 있다. 마치 서구 중세 기독교 성인들의 유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단순한 재현 이상의 의미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그림이 부족사회의 이익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에너지를 발휘하거나, 한 세대와 다음 세대의 연속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여긴다. 그들의 그림이 표현에 있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주제에 있어 공통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먼의 미술은 단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단절되어왔던 소수부족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이를 현대적으로 되살려낸 이들 부시먼들의 예술적 산물들은 단지 예술로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길고도 슬픈 현실 속에서 오랫동안 잊혀져가고 있던 자신들의 문화 업적을 웅변적인 증거로 지탱하면서 후세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시도는 그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의 숭고한 목적을 가진 것으로, 집단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공동체 지식의 우주적 백과사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터치아프리카 대표·시인

[파이낸셜
뉴스] hafrica@hanmail.net

(이 글은 www.baobabians.net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설명=생존이 위협당하는 위기의 순간에 부시먼들은 부족의 문화적 정체성 회복을 소망했으며, 그 수단으로 그림을 택했다. 그것은 부시먼들이 전통적으로 그림을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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