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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건물만 ‘번듯’ 전시물은 ‘텅텅’ 부실박물관 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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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1.39) 작성일 06-02-14 14:33 조회 7,9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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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만 번듯하고 내부 전시물은 열악한 ‘부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양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건물을 지으면서 전시물 구입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진품이 거의 없거나 아예 모조품만으로 된 전시관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자체의 문화시설 건립을 지원하면서 ‘건축비’에만 쓰도록 규정한 데서 비롯된 양상이다.

◇겸재미술관에 겸재가 없다=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강서구청이 지난해 3월 허준 선생의 출생지(강서구 등촌동)와 업적을 알리기 위해 세운 허준박물관의 전시물 400점 중 허준과 직접 관련된 것은 25%인 100여점에 불과했다. 그나마 도서의 경우 한질이 아닌 낱권으로 집계한 수치다.

박물관측은 “허준 유품이 거의 없는 데다 가격이 비싸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으나, 박물관 조성 과정을 살펴보면 군색한 변명일 뿐이다.

강서구는 국비, 시비 등을 지원받아 모두 1백41억원을 들여 지상 3층의 최신식 박물관을 지었지만 전시물 구입에는 단 5억원을 투자했다. 전시물이 부실한 탓에 개장 초에는 하루 5,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지만 최근엔 200명을 넘기기도 힘들다.

강서구청이 96억여원을 들여 2008년 완공예정으로 마곡동에 조성키로 한 겸재 정선미술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건설비 등에 대한 예산만 잡혀있을 뿐 겸재 작품의 구입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구청측은 “작품 수가 적고 워낙 고가라 진품뿐 아니라 모사품도 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북 고령군도 올 4월 우륵박물관을 개장키로 했지만 두달여를 앞둔 현재까지도 전시물 종류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충남 예산군 또한 2007년 말까지 국비 지원 40억원을 들여 추사 김정희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지만 “추사의 진품을 구입해 전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추사의 진품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나 몰라라’=정부는 지자체에서 짓는 문화시설 건축비의 최고 30%를 지원하고 있다. 2011년까지 전국에 박물관 500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 ‘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를 통해 전국 27개 공립 박물관의 건축비 2백4억원을 예산으로 책정, 이 중 1백73억원을 집행했다. 또 전국 6개 공립 미술관의 건설에 50억5천5백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 정부 지원금은 사용처가 ‘건물 건축비’로 국한돼 있어 전시물 구입에는 한푼도 쓸 수 없게 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전시물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고 심각한 상황이지만 전시물의 내용에 관해서는 지원계획도, 간섭할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최병식 경희대 미대 교수는 “부실 박물관의 난립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자체가 마련한 전시물 구입에 관한 종합계획 등을 평가한 뒤 국비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지자체장들이 선거 등을 앞두고 선심용, 문화이벤트의 한 방법으로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감시할 위원회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향 신문] 황인찬·송진식기자 hi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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