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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화가들이여, 세속에 영혼을 팔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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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1.39) 작성일 06-02-14 12:52 조회 7,9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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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는 유난히 상투어와 신화가 난무한다. 은밀한 미술권력에 간택되거나 다수가 선호하는 작품을 중요한 작업이라고 그럴 듯하게 포장해야 하는 ‘숙명’의 결과물이다.

한국 작가들이 유난히 작품이 잘 팔리면 ‘예술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를 고민하고, 안 팔리면 작품성에 확신도 못하면서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이유다. 요즘엔 시장논리가 여기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작가인 오상길(49)씨가 동료 작가들에게 “세속적 욕망에 매여 자기 모멸감 속에 살지 말라”고 감히 외치고 있어 화제다. 어찌 보면 현실을 모르는 소리 같지만 미술계를 향한 쓴소리임에는 분명하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미술의 생산성을 향하여=이 땅의 자칭 예술가라는 사람들 대부분은 미술문화의 ‘생산자’라기보다 한낱 서구미술의 소비자로 전락해 있다. 이러한 현실이 진정한 예술가들을 고독하게 만들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탁월한 안목과 지성을 겸비한 상당수 대중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들은 유명해져서 잘 먹고 잘 사는 기회를 잡는 일 보다 자신의 그릇이 넘쳐 흐를 때까지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작가들에게 먼저 제공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배타적 이기주의는 미술계의 쪽박마저 깨버린다.

◇반복 생산을 경계하라=한국 미술계가 제대로 비평적 검증을 해낼 능력이 없다면 아류들이 혼재할 수밖에 없다. 현대미술 맥락에서 ‘스타일’은 각 예술가 개체 단위의 고유한 코드일 뿐 이것의 차용이 곧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보증해 주는 상표가 될 수 없다.

전시회 역시 단지 작품을 늘어놓고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이 시대의 ‘미술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미술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드러내는 자리가 돼야 한다.

◇미술비평의 순기능을 위하여=예술 현장과 사회를 매개하는 교량 같은 것이 미술비평이다. 비판적 담론의 부재와 그로 인한 미술계 자체 정화 기능의 상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미술계는 자기기만과 현실도피로 혼란에 빠져 있다. 사회를 향해 미술의 가치를 전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미술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오죽하면 ‘비평가들이여 내 칼을 받아라’라는 메타비평집을 출간했겠는가.

비평가들과 논쟁을 통해 우리 미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쟁점화함으로써 예술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고 싶다. 미술인들 스스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일이 고사 직전의 한국미술을 구해 내는 가장 정직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안 미술문화를 꿈꾼다=대책 없이 양산되는 미대 졸업생들이 한갓 미술 제도권력의 소모품으로 전락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인터넷 카페 형식을 빌려 대안미술학교 ‘해토’(解土·cafe.naver.com/haeto.cafe)를 개설하게 된 동기다.

우회적인 접근 같지만 모두가 민감해하는 밥그릇 싸움을 피해 미술 자체를 공부하고 토론하며 역량을 기르는 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란 판단이 섰다.

완전한 비영리성과 자발성을 표방한 대안미술학교엔 미술인들은 물론 미술문화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 시작한 지 불과 두 주일 만에 궤도에 올라 참여자들 스스로가 놀라고 있다. 주제를 정해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형식이다.

◇진정한 위기는 존엄의 상실=예술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참다운 예술의 힘은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존엄과 열정을 일깨우는 일이다.

우리는 함께 무한히 나누면서 지속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는 예술을 삶의 현장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고, 아름다운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자신이 아름답지 않고서야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또 보여줄 수 있을까.

 

[세계일보]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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