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일반 조인숙씨·딸 민소의 '행복을 그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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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1.39) 작성일 06-02-14 13:15 조회 8,384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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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학교 근처의 빌라 5층. 그냥 평범한 집이다. 그런데 문 앞에 초인종을 누르려고 보니 벽에 스케치북을 찢은 것 같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다. 무얼 그렸는지 모를, 낙서에 가까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의미를 알기 힘든 그림은 이 집에 살고 있는 다섯살배기 김민소의 작품이다. 지난 9일 조인숙(31)씨의 집을 찾았다. 남편 김성수(33)씨, 딸 민소양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집은 다른 집과는 유별난 데가 있다. 벽을 대부분 조씨와 민소가 그린 그림으로 채웠다는 점이다. 집은 미술학원이자 민소의 놀이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탁 트인 넓은 거실이 보인다. 가구는 많지 않다. 커다란 나무 책상과 소파, 책장, 작은 수납장 정도다. 벽에는 유화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는데 민소가 그린 그림은 아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벽에 그려진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 프랑스 파리를 그린 풍경이다. 민소와 조씨가 화장실 벽에 함께 그려 넣은 그림이다.
조씨에게 민소와 함께 집에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아이에게 처음부터 그림을 가르친 건 아니에요.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민소도 기어다니던 그 언젠가부터 그냥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다만 조씨는 아이가 벽에 낙서를 한다고 민소를 혼내는 대신 손에 붓을 쥐어줬다. “민소가 특별히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낙서였죠. 민소가 이왕 그린 거 벽에 색을 칠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원래 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리랜서로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고 있는 조씨는 자신의 특기를 십분 발휘해 그림을 지우는 대신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 깨끗하고 깔끔한 것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조씨의 성격 탓도 있지만, 지난번에 살던 셋집은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벽에 맘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작심하고 널찍한 공간에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곳으로 집을 골랐다. 집 주인에게 그림을 그려도 좋다는 허락도 받았다. 민소네 집에는 딱딱 구획된 공간이 없다. 민소의 방과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문이 없다. 부엌과 거실 그리고 안방이 하나로 연결된 구조다. 민소의 방과 조씨 부부의 침대가 놓인 곳은 사방이 그림이다. 민소의 방 바깥쪽에는 하늘 위 꽃에 앉아 있는 소녀 그림, 방 안쪽에는 고래, 악어, 얼룩말 등 동물들이 하늘을 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침대가 놓인 곳에는 서커스단 그림을 채색 중이다. 사실 처음에는 조씨가 주도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무슨 색 칠하고 싶니?” 하고 민소에게 물어 칠하도록 하고 부족한 부분은 조씨가 그려 나갔다. 지저분해지면 다시 페인트를 칠하고 덧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소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역할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조씨는 그림을 그릴 때면 민소가 무얼 그리고 싶어하는지를 물어 그림에 반영하려고 애썼고, 요즘은 민소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살린다. “작품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림을 꼭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최근에 그리고 있는 서커스단 그림은 민소가 그린 부분이 제일 많은 벽화다. 사람 얼굴, 말을 탄 여자 곡예사 등은 민소가 직접 그려넣었다. 반대편 벽 한 귀퉁이에는 민소가 자신과 아빠를 그려 넣은 작품이 있다. 조씨가 “민소야 엄마는 어디 있어?” 하고 묻자 민소는 “엄마는 우주에 있어”라고 답한다. 그림이 아이의 상상력을 높여 준다고 믿는 조씨는 아이는 아이다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씨는 민소가 그림에 취미가 있는 것 같아 한때 미술학원에 보냈지만 그림을 너무 잘 그려와 그만두게 했다고 한다. 잘 그렸을지 모르지만 남들과 다를 것은 없는 그림을 보면서 아이가 고정관념을 가질까 염려스러웠다. 조씨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한글을 특별히 가르치진 않았다. 글이 아이의 창의력을 제한할까 봐서다. 그랬더니 요즘은 민소가 먼저 엄마에게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한단다. 그림은 민소에게 들려주는 동화도 된다. “분홍색 하늘 위에서 소녀가 꽃에 앉아 편지를 읽고 있는데 그게 바로 너야. 엄마가 편지를 보냈는데 네가 읽고 있는 거야.” 그림을 그리기만 하던 민소가 요즘에는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조씨는 뿌듯함을 느낀다. “화가가 되고 싶다”며 붓을 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민소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게 마냥 즐거운 민소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엄마 아빠. 민소네 가족의 행복 그리기다. 글 엄형준, 사진 송원영 기자 ting@segye.com
◆집에 그림 그리려면 조씨는 그림 그리는 것을 어려워하지 말고 잘 그리려고 애쓰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부모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하며, 작업 중 아이와 그림에 대한 동화를 만들어 본다. 평평한 벽면이면 어디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정형화된 그림보다는 ‘하늘을 나는 동물’, ‘분홍빛 하늘’처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그림이 적합하다. 조씨의 경우 커다란 면적을 칠할 때는 인체에 무해한 수성페인트를 사용하고, 세밀한 곳은 아크릴 물감으로 칠했다. 수성페인트는 벽에 잘 그려지지만 색상이 적고 대부분 대량으로밖에 팔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림이 잘못되면 페인트로 다시 칠하면 된다. 크레파스를 이용해도 좋다. 밑그림은 연필보다는 연한 색연필이 알맞다. 본인의 집이 아니라면, 이사 때 어떻게 처리할지도 미리 생각해 둬야 함은 물론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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