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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生만큼 강렬한‘이국 畵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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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1.39) 작성일 06-02-14 13:24 조회 7,7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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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
올해 82세의 천경자 씨는 10년 전만 해도 타히티로 스케치 여행을 다녀왔을 만큼 전세계를 누볐고 문인 못지않게 많은 글을 써온 화가다. 그러나 그의 캐릭터는 인생 전반의 예술혼(魂) 보다는 ‘정한(情恨)’과 ‘환상’ 등의 감성만 지나치게 부각된 감이 없지 않다. 그가 평생 추구해온 화제가 뱀, 꽃과 여인, 야생의 자연과 이국 풍물인데다 꿈과 환상의 세계를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한 때문이지만 폭넓은 활동반경과 치열한 작가정신은 과소평가된 측면이 없지 않다.

1969년 남태평양에서 시작한 스케치 기행은 인도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졌으며, 다시 아프리카 대륙과 중남미 국가, 영국과 미국으로 반경을 넓혀갔다. 천 씨는 46세에서 74세까지 28년 동안 총 12회 기행에 나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에 10차례나 화문(畵文) 시리즈를 연재했으며 스케치전 3회와 기행문집 2권으로 결실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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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아프리카 기행의 인상들과 작가의 고독과 꿈을 조화시킨 역작이다.

1946년 전남여고 강당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국내 작품전 19회, 해외전 4회에 일찍이 상파울루 비엔날레에도 출품했다. 전시회 오프닝 때마다 화관(花冠)을 쓰고 나오는 등 화려한 이벤트도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다.

일제시대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로 유학해 화가의 꿈을 실현한 천 씨는 집안의 몰락과 첫 결혼의 실패, 여동생의 죽음 등의 험난한 시련과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려 뱀을 그려 이름을 알린다. 부인이 있는 두 번째 남편과 남매를 낳아 기르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기도 했으나 뿌리칠 수 없는 고통과 들끓는 작가적 열망을 가눌 수 없어 탈출구를 찾아 해외 기행에 나선 것이다. 본인은 팔자소관이라고 하지만 예술의 용광로에 불을 붙이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천 씨의 대표작 몇 점만을 고르라면 뱀을 화관처럼 머리에 쓴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아프리카의 풍광이 녹아있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를 빼놓을 수 없다. ‘길례언니’로 시작되는 여인초상은 섬뜩한 느낌도 주는데 그 같은 현대성이 독창적 화풍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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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례 언니’1973년작. 독창적 화풍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화가 천경자의 자서전은 82페이지에 이르렀다. 그 페이지는 더 이상 슬픈 전설을 담고 있지 않다. ‘내 생에 아름다운 추억’이 신기루처럼 황홀할 뿐이다.

지금 천경자 씨는 뉴욕에서 나비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몸은 거기 있지만 너울너울 날아와 생애의 가장 멋진 축제를 볼 것이다.

정중헌기자 jh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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