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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일반 창작의도·미적취향보다 예술을 의식행위 일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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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48.83) 작성일 06-01-26 17:37 조회 7,3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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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술이 대체적으로 종교적 목적을 취하고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종교적’이라고 하는 것에는 조금 더 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종교적이라고 해서 아프리카 미술이 종교미술이라고 말하기 힘든 것은 아프리카의 종교가 중세의 유럽처럼 유일신에 대한 숭배로 획일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다만 정령(精靈)신앙과 조상숭배에 대해 공통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고대 어느 지역에서나 다 발견되어왔던 원시종교의 한 형태로 종교보다는 ‘문화’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미술에서 보이는 정령숭배의 흔적들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미술품의 주재료인 나무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조각가는 그 나무의 혼을 달래주어야 하며, 따라서 조각 작업 자체를 예술행위보다는 의식의 일부로 여긴다. 또 탈이나 선조의 조각은 혼이 머무는 집이므로 두 개의 정령을 담지 않으며, 나무의 생명력을 제어해야 할 필요를 느낄 경우, 그보다 생명력이 강한 쇠못을 박음으로써 갈등을 피한다. 뿐만 아니라 탈이나 인물상을 만들 때 재료로 쓰이는 나무의 혼을 달래는 점 등이 정령숭배의 흔적들이다.

돌 조각을 하는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의 경우엔 일부 조각가들 사이에서 정령 숭배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들은 구상에 의해 돌을 선택하지 않고, 재료를 먼저 선택한 다음 재료의 물성(物性)에 적합한 구상에 들어간다. 그리고 정과 망치를 돌에 대기 전에 돌의 정령을 달래는 간단한 의식을 치르기도 하고, 조각 행위 자체를 돌의 정령이 이끄는 대로 형태와 메시지를 찾아갈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각을 일종의 의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낯선 백인 탐험가가 자신의 노트에 들소 무리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매우 불길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북아메리카의 한 인디언이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이 들소들을 책 속에 넣어 간 뒤론 들소들이 보이질 않는다.”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다시 무대를 아프리카로 옮겨보자. 아프리카 미술 연구를 하던 학자가 촬영을 위해 인물 조각상을 감싸고 있던 붉은 천의 옷을 벗겨내는데, 활기에 넘쳤던 마을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진다. 촬영 중 뒤통수가 영 개운치 않았던 학자는 이내 가시 돋은 시선들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열흘쯤 뒤 마을에 우두가 번지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학자의 불경스러운 행동 탓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1세기 전후의 이런 에피소드들은 외부세계로부터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울타리 속에서 살아온 부족민들의 현실과 가상, 실재와 상징이 분화되지 않은 삶의 공간을 보여준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프리카의 전통미술은 상당히 오랫동안 그런 마법의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종교와 예술과 과학이 뒤엉킨 채 하나의 도가니 안에서 들끓는 이 신화적 세계를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해하는 방식이 현재 우리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란 걸 전제해야만 한다. 가령 하나의 작품을 대할 때 그것의 조형적인 요소, 즉 모양새로만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으리란 것이다.

아프리카의 모든 전통미술 작품들은 작가의 창작의도와 소장자의 미적 취향에 의해서 제작되고 보존되어 온 것이 아니라, 무언가 사회적인 기능을 해왔던 것들, 다시 말해 왕실이나 부족 공동체, 또는 가정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어 왔던 것들이다. 따라서 그 쓰임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이 바라보는 아프리카 전통미술 작품들에는 이러한 배경들이 깔려있다. 그것을 간과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을 때, 아프리카의 미술은 뭔가 서투르고 거칠며, 예술적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다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지적, 또는 시각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물건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이처럼 아프리카 전통미술에는 작품의 형태와 장식, 문양의 의미 등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실마리가 존재한다. 실마리를 찾아 실을 따라가 보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실타래가 풀리면서 우리는 비로소 아프리카라는 비밀스러운 문을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문에 들어서는 순간 영혼들이 숨쉬는 검은 대륙을 만날 수 있으며, 종교와 예술의 원형들이 삶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보이고, 온갖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터치아프리카 대표·시인   touchafr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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