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뚝’… 화려한 색 ‘팍팍’ - 화가 김은진. > 미술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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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안내 시치미‘뚝’… 화려한 색 ‘팍팍’ - 화가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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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on (58.♡.48.83) 작성일 06-01-24 11:20 조회 10,10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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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현대 조화속의 한국화 “그림은 마음의 현을 울려야”


성모 마리아의 한 손엔 흰 장갑, 또 한 손은 피가 범벅. 성스러워야 할 얼굴은 금이 좍좍 갔고, 왼쪽 뺨엔 커다란 구멍까지 났다. 그 옆에 걸린 그림들도 역시 왜곡된 성상(聖像)이다. 교황은 개 무늬가 그려진 가죽코트를 입었고, 아기예수는 루이비통 드레스를 입었다.

화가 김은진(38)이 ‘나쁜 아이콘’이라는 제목으로 하고 있는 개인전(2월 19일까지 일민미술관·02-2020-2055)에는 이런 ‘괘씸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 종교를 비판하는 것일까? 작가의 대답은 의외로 허무하다.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전통적인 마리아의 모습에 제 자신의 모습을 같이 집어 넣은 거예요. 제가 두통이 심하거든요. 많이 아플 땐 머리가 깨질 것 같잖아요. 가톨릭 이미지를 쓰는 이유는 이미지가 아름다워서 그래요. 저는 개신교 신자인데, 개신교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다면 사용했을 거예요.”

 
현대미술에서 ‘동양화’니 ‘서양화’니 하는 구분은 이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한 작가가 평면과 입체의 장르를 넘나들고 동·서양 기법도 같이 주무르기 때문이다. 김은진을 보면 딱 그렇다. 소재와 재료가 모두 기존의 동양화에서 벗어났다.

“저한테 동양화 하냐 서양화 하냐 물으면 난처해요. 동양화는 전통적으로 단아하고 깨끗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를 않는데 왜 그렇게 그려야 하나요? 동양화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시치미 뚝 떼고 화려한 색을 팍팍 쓰니까 오히려 표현의 폭이 넓어요.”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김희령 씨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하는 젊은 작가 기획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미술관에서 함께 전시 중인 작가 써니 킴은 전통 산수화의 이미지를 서양화 기법으로 그린다.

동서양 문화의 혼재를 담되 한국적 색채가 분명한 요즘 미술의 경향에 대해 김은진은 “우리 세대 작가들이 꼭 해야 할 숙제다. 우리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서 우리 것을 찾아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술=즐거움’으로 읽혀지는 대부분 젊은 작가들과 달리 김은진은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성상 그림 맞은 편에는 화려한 권투복을 입은 외로운 권투선수의 뒷모습이 걸려있다. 그는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은 고단한 싸움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나의 사랑”이라고 했다.


“설명이 많은 그림은 싫지만, 그렇다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린 것도 재미가 없잖아요. 미술은 눈만 자극할 게 아니라 마음 속의 현(絃)을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음 속에 울림을 주는 게 미술의 기능이니까요.”

 

 

[조선 일보] 이규현기자 kyu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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